오랜만에 집을 찾아 온 소설가 지유는 자신의 엄마 원영의 건강상태가 매우 나쁘단 걸 알게 되죠. 머리카락이 한뭉텅이씩 빠지고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유는 엄마의 병이 과거 실험동 알바를 했을 때 입은 산업재해라 의심합니다. 지유는 엄마에게 대학원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캐묻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챈 엄마는 왜 그러냐고 묻자 지유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인물을 소설에 쓰기 위함이라 둘러댑니다. 지유의 엄마는 자신이 소설에 등장하냐며 눈을 반짝입니다. 실험동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 찾으려는 지유는 오히려 엄마에게 초파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험동의 일이 얼마나 보람찼는지만 들을 뿐입니다. 2022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의 는 요즘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해피엔..
외롭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언제 외로움을 느낄까요? 오늘 살펴볼 소설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입니다. 토니 타키타니의 진짜 이름은, 토니 타키타니가 틀림없다. 그는 그런 이름과 얼마간 윤곽이 뚜렷한 얼굴 모습과, 고수머리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자주 혼혈아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미군의 피가 섞인 혼혈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부모는 어엿한 일본인이었다. - 123p - 일본인 부부에게서 태어난 미국식 이름을 가진 아이. 한 존재와 그것을 부르는 호칭 사이의 괴리는 한 존재와 그것을 부르는 사람 간의 괴리로 이어집니다. 그의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짓거나, 더러는 약간 혐오스럽다는 표..
인숙은 오빠의 부고를 듣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녀의 오빠, 인호는 새벽에 막걸리를 배송하다 사고가 나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고향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현관에서 낡고 찌든 구두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오랜 구두였죠.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열입곱살의 오빠가 천정 가위를 들고 쫓아냈던 아버지가 십년 만에 나타나 러닝셔츠와 팬티 차림으로 거실에 있었습니다. 십년 전과 달리 그의 모습은 매우 수척해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현관에 서서 아버지에게 나가라 소리치지만 아버지는 자신에게도 권리가 있다며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오빠의 죽음은 집을 지키던 엄마 집에서 쫓겨난 아버지와 집을 벗어난 그녀까지 가족을 모두 한 곳에 모이게 합니다. 오빠의 사인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
언니 잘 지내요? 언니를 언니라 불러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오늘 언니 이름을 보고도, 언니가 언니인지 몰라 한참을 쳐다봤어요. - 289p, 김애란, 친근한 말투로 시작하는 오늘의 소설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 입니다. 이 소설은 한 여자가 옛날에 알고 지내던 언니에게 아주 오랜만에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친근한 말투에 가벼워보이는 편지지만 편지를 읽어나갈 수록 그 뒤에 숨어있던 충격적인 내용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편지는 10년 전에 만났던 언니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그녀가 써내려가는 답장입니다. 그녀와 언니는 아주 오래 전 노량진에서 만났습니다. 그녀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러 왔고 그녀보다 다섯살 많은 언니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러 왔죠. 그들이 있던 곳은 ..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는 것을 즐기는 지극히 평범한 중년 남성이죠. 어느날, 그의 아내는 그녀의 오랜 친구가 집으로 하룻밤 묵으러 온다 말합니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다가올 불편함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다들 겪어본 적 있을 거예요 친분이 전혀 없는 낯선 사람과의 저녁식사. 적막함을 숨기려는 부단한 노력들과 의미없는 대가 넘나드는 식탁. 게다가 그가 불편함을 느끼는 한가지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오늘 남자의 집을 찾아올 손님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 입니다. 이야기 속 남자는 세상에 무관심합니다. 아내의 자세한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것으로 치부하고 맹인에 대한 이미지는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들고 ..